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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tre Saisons  

‘사계’

Chung YoungHwan

<정영환>              
3 September - 8 October  2024


  사람은 소유한 것에 대해 꿈꾸지 않는다. 별볼일 없고 구차한 이유로 함께 할 수 없었던 시간과 그 사이의 사물들. 육지에서 바다를 갈망하고 파도 위에서는 땅을 찾는다. 정영환은 자신을 태울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달궈온 도시의 열기를 식히고 싶어한다. 메마른 콘크리트, 사각형 틀 안에 익숙해진 자신의 연약한 살덩이를 적당한 온도로 보듬어주는 기계적인 바람을 쬐며 상상한 가상의 숲.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끝없이 바라온 닿을 수 없는 풍경을 그린다. 

 날카롭게 정돈된 외곽선과 관념적인 형태를 지닌 수목들은 자연에서 존재할 수 없는 간격과 구조를 이루며 지극히 인간적인 기준으로 배치되었다. 도심에 지친 현대인과 자연으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그 자체로 너무도 전형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영환이 원하는 식물로 채워진 공간은 휴가동안 가볍게 즐기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관광지의 자연이 아니며 정교한 장비와 생존지식으로 도전해야 하는 야생의 자연도 아니다. 등산로에서 마주하는 자갈로 세워진 돌탑처럼 쌓아야 하는 의무도 없고 스러진다 해도 섭섭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사물이지만 잠시 자신의 호흡과 시선을 허락없이 빼앗는 무념 무상의 시간을 바란다. 

 한치의 흠도 허락되지 않은 매끄러운 캔버스 표면에 가는 붓으로 물감을 정돈해가며 칠한다. 수행자가 욕망을 비우려 모래 알갱이를 칠하듯 넓고 적막한 화면을 채우지만 모래를 다시 흩뿌려 무의 상태로 되돌아감으로 완성되는 모래그림과 달리 작품은 지극히 뜨거운 세속을 향한다. 화면은 자신의 기준에 맞게 균형 잡혀야 하며 자연에 수반되는 불쾌와 불편은 허락되지 않는다. 형태가 구분된 각 식물군은 도시를 채운 건축물처럼 계획적으로 배치되었고 푸른색의 날카로운 스카이라인은 수도원의 첨탑처럼 화면의 여백을 찌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출력한 디지털 이미지처럼 회화적 효과가 절제된 표현은 휴식에도 준비과정이 필요한 동시대인의 강박이 물들어 있다. 안식이 아니기에 곧 낙원에서 다시 일상으로 추방되어야 한다는 불안감과 방어기재는 화면 속 정원이 요새처럼 계산적으로 균형 잡히고 빈틈없는 옹성의 구조를 지니도록 이끌었고 작가는 한방울의 물감도 헛되이 새지 않도록 시공하고 검수한다. 수풀과 나무는 작가의 모습을 숨기고 그늘을 드리우는 도피처이자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정돈되고 꾸며진 모습의 자신을 투영한다. 풍파에 기울고 꺾이지 않은 구조는 무념을 이야기하기에는 반듯하고 완벽하며 발 딛기 쉽도록 정돈된 잔디는 무심한 듯 관계와 관심을 갈망한다.

 도피를 바라지만 단절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순으로 쌓은 요새이자 정원인 푸른 숲은 우아하지 않은 치열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비로소 관객에게 휴식과 정적을 제공할 수 있다. 정영환은 시들어야 할 존재들로 채워진 시들지 않는 환상을 조경한다. 동시대인으로 대변되는 작가는 그 차가운 아이러니로 불안을 식히며 자신에게 향하는 조명을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달구어진 심신을 숨길 숲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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