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이에 볼펜으로
낙서를 하며
불안을 달래고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이 없는
상태 또한
사사로운 고민으로
가득 찬
착각일 것이다.
사람은 형상
없는 불꽃과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며 홀리듯
시간을 수명을
태운다. 길수도 짧을
수도 있는
생의 시간을
생존을 위한
효율로 사용하지
않고 쓸모없는
것을 만들고
사랑하며 허비하는
사치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선물 받은
애석한 축복이다.
박장배는 사람의
위업이 밝힌
조명 사이에
드리운 그늘처럼
마음을 적시는
잡다한 생각을
엮는다.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에
심어진 씨앗은
방어기재라는 여러
모습으로 발화한다.
박장배는 손에
잡을 수
없기에 떨쳐낼
수도 상자에
담아 숨길
수도 없는
생각을 그물처럼
엮어 화면에
묶어 둔다.
안개 같은
근심조차 작가의
붓에 적셔지면
비단에 핀
꽃처럼 흐드러진다.
곱씹으면 자신을
좀먹는 부정한
생각도 복잡한
그물로 엮어
화면에 새기는
행위에 몰두하다
보면 한낱
납작한 조형
따위에 지나지
않는 반복적인
무늬가 된다.
그 무의미한
꽃잎으로 화면을
채우고 금박으로
장식하여 의미심장한
재화이자 타인을
달래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비단의
뒷면에 안료를
물들여 앞면으로
스며 나오게
하는 배채
기법은 화면
속 사물에
색을 입히고
백자토로 외곽을
가두고 다듬으며
형상을 빗어내는
방법이다. 자욱한 안개를
거닐다 저
앞의 알
수 없는
흐릿한 형상에
다가설수록 정체가
드러나듯 작가는
움켜쥘 수
없는 장막을
손으로 흩뿌리고
희미했던 화면에서
느리고 정교하게
자신의 그림을
찾아낸다.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자세는
진중한 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미술의 가벼움을
도외시하지 않고
때로는 가볍고
발랄 히
색을 물들인다.
첨단의
도구는 사람의
정신력을 뛰어넘는
연산과 육체한계를
넘어서는 강인함과
정교함을 잠재력으로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
차갑고 화려한
광택이 완벽히
닮고자 하는
것은 인간적인
불완전과 모순이다.
기술은 사람의
놀이와 수행의
그릇을 바꾸지만
그 안에
담긴 물을
마셨을 때
개운함을 대체하지
못하고 기침을
막을 수도
없다. 박장배의
한국화는 오늘날
범람하는 뉴미디어가
이야기를 드러내는
직관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단순한 생각을
켜켜이 쌓아
가린 채
보여주는 작가의
전통기법은 그
반골과 고집이
뒤섞여 있기에
동시대 적인
회화로 다가온다.